떡볶이 데이트 감정

최근 마녀사냥 재방송을 보다 어떤 커플 사연 중 여자친구가 그 음식의 코어(core)만 쏙쏙 집어먹는다는 사연을 듣게 되었다. 초밥에선 회 부분, 튀김 먹을땐 튀김 속만 먹는 등 황당한 얘기였다. 하지만 시청하는 입장에선 '왜 그런 여자랑 만나? 그게 싫으면 헤어지면 되잖아, 뭐 그런걸로 사연을 올리나..' 싶었다. 근데 사랑에 방식은 모두 다르다고 생각도 하고 다른 매력적인 부분이 있기에 만날거라고 생각되긴 했다. 그 사연을 보다보니 특별한 얘기는 아니지만 떡볶이에 대한 나의 마음이 떠올랐다.

난 떡볶이를 좋아한다. 초등학생이었던 난 하루 500원씩의 용돈으로 포켓몬 빵을 사먹거나 새로운 스티커의 존재 유무가 확인되어 빵을 사먹지 않게 되면 항상 하교길에 학교 앞 분식점, 200원에 작은 컵 가득 담겨있는 컵볶이를 들고 하교하는 나의 모습을 반복 재생 하듯이 나에겐 200원 컵볶이 분식점은 정읍 살던 내 초등생시절 필수 코스였다.
특이하게 당시에도 그 작은 컵에 가득 담긴 빨간 국물에 떡볶이에 항상 하나만 더 달라고 하는게 있었다. '(초록)파'였다. 사실 '파' 얘기는 중요한게 아니다. 각설하고 다시 시작하겠다 ㅜㅜ

이 글에서 히스토리, 원인은 중요하지 않다. 그저 내가 떡볶이에 떡을 싫어한다는게 중점이니 말이다. 데이트 할때 먹는걸 가리는 편은 아니었는데 가끔은 분식이 떙길 때가 있었다. 그러면 보통은 선호하는 떡볶이 집이 몇개 있었지만 가끔씩 주변에 맛있다는 분식점도 도전해보고 했다. 내 기호에 안맞는 분식집으로는 신촌-새우왕, 국대떡볶이 등 정말 많지만 쓰려니 귀찮아서 줄인다. 보통 전여자친구와 공통적으로 선호하고 가장 선호하는 분식집은 이대 삭 이었다. 수업 끝나고 가볍게 끼니를 떼울때면 순대볶이나 닭강정 등 즐겼지만 가장 많이 즐긴 것은 역시 삭이었다.

삭에 가게 되면 보통 튀김 서너개에 떡볶이에 500cc 한잔씩 먹는게 다반사였다. 매콤하디 매콤한 그 떡볶이에 버무려 먹는 튀김 또한 맛있었고 그 떡볶이 소스 부터가 너무 매력적이었다. 난 떡볶이에 떡을 싫어하지만 내 전여자친구는 어묵을 그렇게 좋아했다. 아니... 떡도 나만큼이나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사랑스런 여자친구가 떡볶이에 떡은 안좋아하고 어묵을 좋아해 맛있게 먹는다면 여느 남자친구든 어묵보단 떡이 좋다며 말할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나 또한 그와 같은 남자였기 때문에 그날부터 난 떡볶이에 떡을 좋아하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삶은닮걀에서도 그런데 난 노른자를 좋아한다. 콜레스테롤의 유무에 관계없이 흰자는 밍밍하기에 노른자를 사랑했다. 하지만 여자친구는 나를 잘 아는 듯 하며 이런 말을 했다. "넌 삶은달걀에서 흰자 좋아하지?, 나 노른자 먹을게!" ㅎㅎㅎㅎ 그때부터 난 흰자를 좋아하게 되었다.

나의 이런 기억들을 더듬어보면 '정말 많이 사랑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떡볶이나 삶은달걀 얘기만으로는 부족하지만, 추억의 끈을 따라가 그 때를 생각하면 그 사랑이 아련하다. 해물을 싫어했지만 여자친구 앞에선 오징어와 새우, 추가로 버섯도 ... 사실 사람이 사랑에 홀리면 안하던 것도 하고 싫어하던 것도 즐기게되고 맞추려고 많이 바뀌는 듯하다.
이제는 다시 삶은달걀 노른자를 좋아하고 떡볶이에 떡이 아닌 어묵을 좋아하게 되었고 좋아하는 어묵과 노른자 그리고 필라델피아크림치즈를바른 베이글을 한입먹고 세입주며 나눠먹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떡볶이에 어묵이, 삶은달걀에 노른자가 그렇게 매력적으로 느껴지진 않는다. 오히려 그때 억지로 먹기 시작했던 오징어튀김, 팽이버섯, 치즈범벅인 다양한 음식들이 식욕을 곧추세운다. 베이글에 커피한잔 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프리한 내가 됐지만 바뀐 입맛에 씁쓸한건지 오늘의커피가 오늘따라 유난히 쓴건 아닌지 진위를 가리기 힘들 것 같다.

덧글

  • 2013/10/15 22:55 # 답글

    전 그냥 남는거 주워먹(....)
    여자친구가 좀 먹고다녀! 라고 잔소리도 하고...
  • 벅벅 2013/10/16 08:09 #

    많이 마르셨나봐요~ 저는 스무살때 넉넉치 않을때 맛있는거 많이 먹일려고 데이트전에 빵하나 집어먹던 습관이 생각나네요
    제가 배고프면 손이 많이 가니..
  • 김구필 2013/10/15 23:03 # 답글

    대체적으로 다 좋아하는 편이라 저런 고민은 없었는데 살이 쪘었죠
  • 벅벅 2013/10/16 08:07 #

    ㅋㅋㅋㅋㅋ악.... 저는 살이 빠지는 편이었어요.
    오히려 전여자친구가 찌는 편이었죠...
    왜냐면 항상 계속 먹이니까..
    이것도 먹어봐, 저것도 먹어봐~ 라면서 말이죠 ;p
    뱃살좋은데..
  • 2013/10/15 23:46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10/16 08:12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3/10/16 00:36 # 답글

    짠하네요... 저는 남자친구랑 같이 떡볶이 먹을 때 내가 계란 먹는다 이러고 다 먹거든요.. 가끔 반절 줄 때도 있었지만요....... 그러고보면 같이 부추곱창 집에 갔을 때도.. 제가 곱창 다 먹고
    남자친구는 부추와 콩나물로 배를 채우곤 했던...
    ㅠㅠㅠㅠ 돼지네요 저ㅠㅠ
  • 벅벅 2013/10/16 08:14 #

    야이 돼지야!
    라고 외치고 싶네요. 라고 말해도 이미 말해버렸네요. 그래도 마냥 사랑스런 여자친구가 곱창을 맛있게 먹는다면 전 부추와 콩나물에 밥추가면 충분할 듯 싶네요 ;p
  • 데미 2013/10/16 09:51 # 답글

    편식 많이 하는 남자분들은 힘들겠어욬.그래도 떡복이 떡이라든가, 삶은계란흰자라든가 그 정도는 양보할만했으니까 했겠죠. 진짜 죽어도 못먹는 것들은 아예 안 먹었으면 안 먹었짘. 왜 그토록 사랑했는데 헤어지게 되는걸까요, 재미있는 인연들.ㅂ.
  • 벅벅 2013/10/16 12:16 #

    보여지는 형태로 인해 느껴지는 사랑이 달라지는 듯해요
    알맹이는 그대론데.
  • 2013/10/16 18:35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10/16 18:40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3/10/16 18:55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10/17 11:58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3/10/17 19:55 # 답글

    ㅋㅋㅋㅋ포켓몬 빵!!ㅋㅋㅋㅋ아오 푸린인가 뭔가 갖고싶어서 미친듯이 먹은 기억이..ㅋㅋㅋㅋ
  • 벅벅 2013/10/17 19:58 #

    이어 나온 포켓몬 카드에 푸린은 최고의 카드였지요.. ;p
    포켓몬 관련 된 건 다 사려고 했던 것 같아요. 보크라이스(밥이랑 같은), 포켓몬빵, 포켓몬 장난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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