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길동 마포주먹고기-껍데기에 소주한잔이 필요한 시간 출출

사무실 창가에 비친 나무들은 녹음이 바랠 정도로 햇빛을 머금은 노란빛, 사이사이 붉게 박힌 잎새들은 벌써부터 가을준비를 하는지 마지막 잎새처럼 작은 바람에도 떨어져버릴 것 같은 무게를 지니고 있었다.
내 손끝에 걸쳐있는 담배꽁초의 끝자락이 유난히 붉게 보이던 것은 가을의 정취가 그 안으로 옮겨온 것일까? 아니면 타들어가는 내 속마음이 투영됐던 걸까, 유난히도 선명히 보이던 잿빛으로 가득찬 꽁지는 붉게 타오르는 그 불빛마저 나를 슬프게 만들었다.

친구에게 섭섭하단 말도 많이 들을만큼 전여자친구에게 많은 시간과 애정을 할애·투자했고 모든 신경을 쏟았다. 지금 소속된 사무실엔 더 많은 책임감이 묻어있고 그만큼 일도 많이하고 신경도 많이 썼다. 하지만 나에게 돌아온 보상은 민주주의 합리적 사다리게임이었고 그 결과 또한 최악이었다. 행운을 믿거나 하진 않았지만 내 모든걸 사다리에 걸었고(어쩔수없이) 난 모든걸 빼았겼다. 운이 좋았다면, 행운의 여신이 날 바라봐주었다면 제 몫은 받았을것이지만 결과는 그렇게 됐다.

행운의 여신은 그저 운 좋은 자에게 돌아섰고 내게 비친건 행운의 여신의 등만이 아닌 현실마저 차갑게 뒤돌아 등을 내보였다. 너무 슬펐다. 슬프다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내 마음은 종아쪼가리가 되어 타버릴지 쓰레기통에 꾸겨버려질지 모른채 마냥 버려진듯 했다(사실도 그러했다).

무엇이 평등이고 무엇이 민주주의고 무엇이 합리적인지 모르겠다. 아주 잠깐 공산주의가 떠올랐지만 그건 아니기에 금방 잊었다.
존롤스의 정의론도 벤담의 공리주의도 그 무엇도 내게 중요치 않았다. 나는 순간 그저 이기주의자가 되었다. 나를, 내 몫을 보상받길 원하는 슬픈 이기주의, 난 너무 슬프다.

친구와 껍데기에 소주한잔이 필요한 시간이다. 특히 스프 없이 끓여주는 이 집 라면은 최고다. 대신 소주를 몇병 까야한다는 조건이 있지만 주먹고기도 삽겹살처럼 쫄깃한 맛의 껍데기도 일품인 신길동 마포주먹고기는 맛없는게 없어서 좋다.

덧글

  • 2013/10/18 23:06 # 답글

    좋은동네네요 서울은(....)
  • 벅벅 2013/10/18 23:10 #

    서울에 안산다는게 함정인듯해요 ;p
  • 2013/10/20 20:04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10/20 22:45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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