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잤다 여녀

(냠냠이와 먹은 홍대 솜리치킨 오리지날치킨 종내 맛잇당)

때는 13.12.22.
한국에 잠깐 놀러온 친구. 뭐라고 가명을 써야할지 모르겠다. 음 좋아 '냠냠이' 하자.

냠냠이는 친구들 사이에서 좀 쎈케였다. 난 그걸 귀엽게 보는 입장이었지만. 어쨌든 그녀와 만나게 된 계기는 고2 때 "담배피는 여자랑 키스해보고 싶다."라는 말을 하자마자 음악학원 다니는 친구가 학원친구 중에 너 소개 시켜달란 애가 있다며 바로 소개를 시켜주며 시작 되었다. 그녀가 내 사진을 보고 연락처 좀 알려달라고 했다던데 타이밍이 딱 맞았다.
당시 잠깐 우리반 유행어였던 "냠냠"을 그 냠냠이와 첫 조우 첫 식사에 돈가스를 먹으며 "냠냠" 이라고 말하며 맛있게 먹는 나의 모습을 본 냠냠이는 빵터지며 나와 더 친해질 수 있었다. 도대체 이게 왜 친해질 수 있는 계긴지 모르겠지만 어쩄든 친해졌다.

'그렇게 한동안 썸을 탔다'고 최근에 냠냠이가 나에게 말해줬다. 난 잘몰랐는데 말이다. 나는 그냥 연락 간간히 했다고 생각하며 친구로 지낸다고 생각했다. 소개를 받았지만 키스해버리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애정없는 키스 또한 별로 원치 않는다.
어쨌든 그래서 간간히 연락하다가 갑자기 남자친구가 생기더라. 사실 별 감흥도 없었다. 그냥 소개받았고 그냥 친구였으니까. 그 당시 연애에 크게 욕심있던 때도 아니었다. 그래서 그냥 친구로 지내는데 간간히 나한테 남자친구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고등학생 신분에 할리스커피숍은 나에게 벅찼고 그녀는 항상 나를 나무랬다. 때려버릴라 ㅡㅡ 어쨌든...
그래서 얻어먹는 일이 많았다. 그래도 많이 들어줬다. 근데 언제 한번은 냠냠이의 남자친구에게 문자가 왔다.

"야 냠냠이가 너 때문에 힘들어하니까 연락하지마라"
냠냠이 남자친구인걸 알았던 나는 간단히 의아한 부분만 물어 답장했다.
"냠냠이가 왜 나 때문에 힘들어하는데 니 연애나 신경쓰지"
"냠냠이가 너 좋아하니까 더이상 연락하지마라"

어이가 없었다. 어쩌라는건지 모르겠다.. 난 아무것도 없었고 그저 친구로서 연락만 간~간~히 하던거였는데 참 벙쪘다. 어쨌든 그 남자애가 얼마나 찌질하고 부족한 녀석인지 알았기에 그냥 코웃음치며 무시했다.
이후 알게 된거지만 가장 화났던 건 남자가 냠냠이를 물리적 폭력을 행사했다는 거였다. 얼마나 모자란 인간이면 폭력을 쓰냐. 분노했지만 남의 연애라서 별 크게 터치는 안하고 냠냠이한테만 뭐라고 했던 기억이 있다.

어쨌든 썸 아닌 썸을 탄다 싶었던 걔는 고졸 이후 3년간 미국 유학을 갔다. 그래도 페이스북으로 간~간히 연락은 하고 지냈다.
그리고 지난 13년 12월 말에 한 3주동안 한국에 돌아오게 되었다. 한 7일 정도는 본 듯 하다. 하지만 내가 이 글에서 말하고자하는 내용은 13년 12월 22일 우리집의 얘기다.


13.12.22.

3년만의 돌아온 냠냠이는 약속이 정말 많았다. 그래도 나름 많은 시간을 나에게 할애 했다고 생각했다.
23일 아침 6시에 우리 집(일산-그녀 집 홍대) 근처에서 약속이 있단다. 
"너랑 밤새 놀다가 갈래" 라고 냠냠이는 얘기했다.
돈도 그렇고 밤새 노는거 뭐 좋은거 있나 싶어서 우리집에서 그냥 쉬다가라고 반농담 했더니 덥썩 물어 집에 얼떨결에 초대하게 됐다.
아버지에겐 자조지종을 얘기하고 재우기만 하겠다고 얘기를 드렸더니 아버지는 콘돔만 잘 쓰면 된다고 나에게 농담 아닌 농담은 던지고 방으로 들어가셨다. 정말 개방적인 아버지다. 물론 내 방엔 셀수 없는 콘돔이 있었지만 별로 쓰고싶은 생각은 없었다. 왜냐면 0개도 셀수 없는거니까.

다행히도 전날 방정리를 좀 해서 조금은 나름 쾌적했다. 지금은 더 쾌적해서 지금 초대했으면 더 좋았을걸 이라는 아쉬움이 남기는 한다. 어쨌든 늦게나(한 22~24시 쯤?) 집에 들어온 우리는 간단히 씻고 옷도 갈아입었다. 나는 한 두시까지 청바지를 입고 있었던 것 같다. 그때 벗은 이유는 곧 알게 되겠지?

3년간 간간히 연락하면서 성적인 농담도 많이 하고 그래서 좀 걱정했다. 왜냐면 나는 냠냠이를 친구들 중 손에 꼽는 친구로 생각하고 있고 만약 한국에서 보게된다면 섹스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조금은 걱정이 됐다. 왜냐면 친구와 섹스는 그렇게 유쾌하지도 안유쾌하지도 않으니까. 애매하지않나? 어쨌든 좀 약간 걱정했었는데 현실로 닥쳤다. 그녀가 내 방 내 이불 내 베개에 내 옷에 밀착해 있었다. 내 존재와 가장 밀착한 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여담으론 한국에 오랜만에 와서 그런지 그녀의 아이폰 액정엔 불이났다 활활.

어쨌든 그녀는 누워서 카톡도 하고 나를 바라보기도 했다. 우리는 '잠'(sleep)을 자지 않기로 했기에 시간을 보내기 위해 나름 무언갈 했다. 그녀는 내일 약속을 위해 휴식을 취하기도하고 내가 내어주는 커피와 다과를 즐기며 그냥 가쉽거리를 나불나불댔다. 그 가쉽거리에 나 또한 나불나불 대화에 참여해주었다.
그녀를 쉬게하고 pc를 하는건 좀 아니라는 생각에 pc는 접고 책을 집어 그녀를 마주볼 수 있는 곳(옷장)에 기대어 앉아 넷북 화면과 라바램프의 조명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뭐 읽냐"
난 굳이 말을 하지 않고 표지를 보여줬다
"얔ㅋㅋ 버자이너?ㅋㅋ"헐ㅋㅋㅋ 재밌냐??"
마침 <버자이너 모놀로그>를 시작한 날이었다.
"꽤 괜찮네. 보지 얘기 밖에 없어. 흥미롭네"

수시로 다과를 내어주었고 커피도 수시로 내려줬다. 왜냐면 자지 않을 예정이었으니까. 그래도 나는 그녀를 좀 재우고 싶었다. 아무리 아침 약속 6시래도 내가 안자고 깨워주면 되는거니까. 좀 쉬게하고 싶었다. 아무래도 한국와서 매일매일이 약속이었기에 피곤할거라 생각했다.
불나는 그녀의 아이폰 화면을 간단한 손재간으로 넘기고 나는 능수능란한 손재간으로 페이지를 넘겼다.

"재밌냐?"
"응. 훌륭하네"
아이폰 만지느라 바빠보이는데도 나한테 말을 걸었다. 근데 자기 할거(친구들과 연락) 계속 하면서 재밌냐는 질문을 하는 의도가 어찌됐건 참 건방져보였다. 물론 내가 여자를 앞에두고 책을 읽고, 아니 친구를 앞에두고 책을 읽고 있지만 냠냠이 그녀는 폰만지느라 바쁘고 누워서 쉬느라 아주 만족스러워 보였으니 말이다. 무선와이파이에 따뜻한 잠자리까지. 얼마나 만족스러운 대우인가?
그래도 약간은 미안했다. 초대해놓고 말은 많지 걸지 않고 책을 읽고 있는 나자신을 생각하니 좀 그랬다. 물론 간간히 말도 걸었다. 하지만 냠냠인 나름대로 바빴다. 카톡카톡카톡하느라 대답을 간간히 안하기도 했고. 나쁜년아
그래서 책을 덮고 그녀 옆 이불 과 벽이 맞닿은 부분으로 자리를 옮겨 기대어 앉아 말을 좀 더 걸어줬다.


사실 남녀가 방에 둘이 있는데 난 전혀 성욕이 솟구치거나 그러진 않았다. 오히려 [버자이너 모놀로그]의 자극적인 내용이 erection시켰을 뿐 그녀와 얘기를 나눌땐 나의 성기엔 아무 반응은 없었다. 오히려 미안하기도 했다.
그래서 가볍지만, 어렵고 진지하게 그것에 대한 얘기를 시작했다.

<초략>
"난 네가 한국 오면 너랑 잘것 같았어 우리 그런 얘기 종종 했잖아"
"그래서 하고 싶다고?"
"아니, 난 너를 좋아해. 하지만 너랑 하고싶진 않아. 네가 매력이 없다거나 그런건 아냐. 너 충분히 섹시하잖아. 몸매도 저번에 가득차는 A라고 했던거 기억나? 뭐 만져보질 않아서 모르겠지만 어쨌든 네 작은 체구에 비해서 훌륭하게 섹시해"
"고맙다. 근데 난 상관없어"
사실 약간 그 말에 조금 상처를 받은건지 실망한건지 좀 그랬다. '상관없다'니. 말을 해도,. 어휴
"난 네가 정말 좋은데 너랑 섹스프렌드로 남고싶진 않아. 언젠간은 불특정 인물을 섹스파트너로 둬도 되겠다는 생각을 한번쯤 해보긴했는데 지금은 그렇지도 않고 그리고 너랑 그러면.. 좀 그럴거 같아."
"맘대로 하셔"
난 나름 좀 진지했다. 냠냠이가 우리집 내 방에서 같이, 남녀가 한방에 같이 있는데 그럴 수 있는건 당연하다 생각했고 문제 없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는 연신 커피를 내려오며 열잔 이상을 마신 듯 했다.
그리고 비춰지는 그녀의 육감적인 몸매는 약간의 섹스어필 같기도 했고 나랑 같이 밤을 한다는것 자체가 섹스어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상처받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말을 더 했다.
"나는 정말 네가 좋고 섹시하고.. 아 물론 누가봐도 덮치고 싶은 훌륭한 넌데, 너가 안이쁘고 안섹시해서 안덮치는게 아니니 오해말고.."
어떻게보면 너무 과하게 강조한 표현을 했다는 생각도 들지만 난 이부분에선 분명하게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친구니까.


약간의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나는 다시 책을 읽으러 빛이 있는 곳으로 자릴 옮겨 기대어 책을 읽었다.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보니 내가 굳이 불편하게 옷을 입을 필요가 없겠다 싶어서 옷도 갈아입고 편하게 책을 읽었다. 그러다보니 다섯시가 됐다. 시간도 그렇고 책만 읽다보니 너무 피곤해서 딱 한시간만 냠냠이 옆에 누웠다. 나랑 대화도 하고 카톡도 하느라 여전히 자고있지 않았다. 중간중간 대화가 끊길때 간간히 10~30분씩 쪽잠 자는 듯하긴 했다.
약 한시간 같이 누워있는데 그 시간엔 그녀는 잠에 들어있었다. 나는 그녀 옆에 팔을 괴고 누워 그녀의 얼굴을 바라봤다.

이뻤다. 충분히 이뻤다. 덮치지 않음에 뿌듯하진 않았다. 그냥 아무런 뿌듯함도 뭐 그런건 전혀 없었다. 그저 그냥 이게 좋았다. 좋아하는 친구. 혹은 연인을 앞에 두고 책을 읽는 이상적인 모습. 내가 바라던 모습이었다. 만약 내 애인이 우리집에서 누워있다면 난 책이고 뭐고 글씨와는 관련이 없을 애인의 몸을 탐했겠지. 어쨌든 기분이 좋았다. 얼굴만 보는데 기분이 좋았다. 왠지 아빠의 마음이 된 듯 싶었다. 그리고 나는 자고있는 냠냠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머릴 수차례 쓰다듬었다.


"아. 목은 건들지마"
"아 깼어? 미안하다"
"나 목이.. 그거야 말안해도 알지?"
"네네~ 얼른 더 자셔"
그렇게 냠냠이를 바라보고 약속시간에 맞춰 깨워주고 택시를 태워 보냈다.
그 날 나는 친구와 잤다. 물론 난 안잤지만
이렇게 함께한 날까지 나는 담배피는 여자와 키스를 해보지 못했다. 아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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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2014/01/02 02:17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01/02 02:23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4/01/02 06:2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01/02 08:07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따뜻한 맘모스 2014/01/02 13:21 # 답글

    서로 이성적매력이 없으니 가능한 일이죠
  • 벅벅 2014/01/02 14:10 #

    충분히 매력은 넘쳤는데용
    음.. 그 표현이 그저 사람 대 사람으로서 이성적 매력이라면 다르지만
    친구로서 이성적매력이 있다해도 사람의 가치관이란게 있잖아요~
  • .. 2014/01/09 20:46 # 삭제

    ...참 싫다. 정답적 가치관따위

    세상에 정답은 없고 여러가지의 해답이 있을 뿐인데.

    특히 "사적영역에서는 더욱 더"

    자신이 경험하거나 상상할 수 없는 것은 부정하고 보는 꼰대스러움.................

    청학동 주민은 어디에나 있다니까.
  • .. 2014/01/09 20:47 # 삭제

    청학동스러운 구분지음에 따뜻함따윈 없을 텐데..맘모스같은 우악스러움은 있겠지만.
  • 벅벅 2014/01/09 20:58 #

    표현력이 좋으시네요.
    저도 그 표현, 그 말씀에 동의해요
    "세상에 정답은 없고 여러가지의 해답이 있을 뿐인데."
    저도 사실은 ... 남들 눈에 더 보기 좋게 보이려고 이런 글을 쓰는거일뿐인거죠... 후^^;;
  • 봉봉이 2014/01/02 13:48 # 답글

    즐거운 밤이었군요^^ 참 좋아요 이런거
    섹스가 관여되지 않은 관계
  • 벅벅 2014/01/02 14:11 #

    나름 즐거운 밤이었습니다 ;p
    딸을 가졌다면 이런 느낌이었을까요
  • 봉봉이 2014/01/02 14:43 #

    딸....그러시군요
    저는 이성친구가 거의 없는환경이어서
    잘 모르는 감정이네요^^
    제가 피곤함을 느끼고 힘들어하는 부분을
    벅벅님은 여유를 가지면서 잘 즐기시는거 같아
    부럽습니다^^
    저는 그런 미묘하고 예민한 감정을 잘 컨트롤못해서 상당히 이성관계가 서툴고 투박한거 같아요
    부럽네요!
  • 벅벅 2014/01/02 14:47 #

    이 이야기는 3편까지 있는데 공개는 1편만이에요..
    ㅋㅋㅋㅋㅋ으하하하하하

    정말 이런 이성친구와의 감정은 잘배운 것 같아요. 물론 배운 곳은 스스로지만서도
    항상 이런 점에 대해서는 뿌듯하게 여겨요 ;p
  • 봉봉이 2014/01/02 15:21 #

    부럽습니다ㅠㅠ
  • 벅벅 2014/01/02 16:46 #

    오히려 가끔씩 그냥 평범한 클럽 안의 남녀가 되고 싶기도 해요.
    외로우니까요
  • DUNE19 2014/01/02 16:47 # 답글

    제 경험을 비추어 보건데,
    곁에 남겨두고 싶은 친구라면 섹스만큼은 자제하는게 맞는것 같습니다.
    시험삼아서라도 해보았다간 서로 견디지 못하고 떠나게될 가능성이 크죠.
    그래서 저는 섹스파트너도, 친구도 아닌 관계로 지속하다가 둘다 잃었습니다.
    후회막급..
  • 벅벅 2014/01/02 16:56 #

    뼈져버리게 느껴지는 말씀인것 같아요.
    친구는 친구니까요.
    남녀간의 친구는 없다지만 선은 있어야죠 ;0
  • 소년 2014/01/02 17:38 # 답글

    굉장히 '남자' 같은 글이네요. 멋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 벅벅 2014/01/02 20:42 #

    정말 감사합니다 근래 칭찬중 가장 소울이 느껴지는 듯 해요^^
    종종 들러주세요 새해복 많이받으세요 ;p
  • 2014/01/03 00:02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벅벅 2014/01/03 06:24 #

    와.. 정말 감사합니다 ㅜㅠ
    비루한 글실력 칭찬해주셔서 감동이에요!
  • 벅벅 2014/01/03 06:31 # 답글

    아 근데 제가 읽어도 남에글같고 재밌네요
    댓글하나 남기고 갑니다^^
  • 2014/01/03 06:51 #

    으앜ㅋㅋㅋㅋㅋㅋㅋ
  • 벅벅 2014/01/03 07:29 #

    으앜ㅋㅋㅋㅋㅋ
  • 개코 2014/01/06 16:18 # 답글

    혹시.. 고자 인가요 ?

    는 뻥이고

    멋져요!!!
    이런 남자가 있군요 -
  • 벅벅 2014/01/06 16:22 #

    고자라니....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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