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에 글글


[첫 눈에] 라는 박재정 노래가 떠오르는 시간.
틀어놓고 글을 쓴다.

의자를 뒤로 제끼다 박살낸 하나의 유리창.
총 세 곂의 유리창 중 남은 두개의 유리창으로 보이는 좁쌀만한 스티로폼 같은 눈.

"눈이다."
라고 말을 건낼 사람이 있다는건 행복한 일이다.

바람이 그리 심하진 않은지 눈은 천천히. 포근하지도 않은 조그마한 눈들이지만 이 모든 눈들을 모은다면 내 방 하나 거뜬히 가득 매울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음악소리의 울림, 촛불의 빛만이 방안을 채우는 것은 아니다.
창가에 책상에 있는 나의 방. 내가 눈을 바라봄으로 나의 마음이 충만해지고 그 나의 충만한 마음만으로 방을 채울 수 있다.
틀어 놓은 박재정 [첫 눈에]는 귀엔 들어오지만 내 마음 속엔 내리는 눈 밖에 눈에 차지 않는다.

바람은 세차게 또 부는지 눈이 휘날린다.

많은 걱정을 안고사는 요즘,
하지만 약속은 항상 있다. 나를 채워주는 이들.
내가 다른걸로라도 채우려하는 이유일까?
내가 나를 모른다는건 마치 류시화의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라는 표현과 흡사하지만 그와 나와의 깊이의 차이는 다르다.


눈이 휘날리는 날, 누군가를 기다리고 싶다.
이보다 심하게 세차게 비가 내리고 한우산 아래 있어도
온 몸이 흠뻑 젖을만큼 불쾌한 폭우조차 오히려 서로를 가깝게 만들테니까.

온몸이 흠뻑 젖어 들어간 집에 보일러를 켜고 샤워를 마치고 말리는 머리.
짧은 내 머리를 수건으로 털고 급히 말리고 그녀의 머리를 빗겨주며 머리를 말려준다.
상상만 해도 기분 좋은 상상. 그런 상상.


'네가 다시 내게 왔으면 좋겠어.' ‥ '네가 나를 느낄 수 있을까. 난 쓸쓸한 하루를, 사랑이 아니라도 네옆에 있고 싶은 내 맘을 알게 될까'
라는 지아의 노래 가사처럼 누군가의 옆에 있고픈 마음을 내리는, 느리고 가볍게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기다린다.


기다린다.
눈이 내리고
눈이 녹아
만개할 꽃이
그런 봄이 오길 기다린다
눈은 또 올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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