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공원을 한바퀴 돌았다.
선유도는 커플 둘?셋? 정도 밖에 안보였는데 역시 호수공원은 '근린'공원인지라 사람도 많았지만 커플이 무척이나 많았다. 그러고보니 오늘은 정월대보름은 개뿔 발렌타인데이였다.
난 혼자.

그렇게 혼자만의 휴가를 즐기고, 웨스턴돔B점(웨스턴돔 꼬리 마두역쪽) 스타벅스에 갔다.
역시나 시킨건 오늘의커피, tall사이즈 무료제공이라 size-up해서 그란데로 먹었다. 넘커..
그래도 south of clouds라 불편 없이 마실 수 있었다. 많은 카페인 하하 집에서도 방금 south of clouds 내려먹었는데...
오늘은 길거리 천지에 초콜릿, 발렌타인 문구들 그리고 여자들이 득실거린다. 커플도.
스벅 매장을 들어옴과 동시에 초콜릿 두개가 팔려나가는걸 보기도 했다. 음 오늘은 그런 날이군
내가 크리스마스를 즐기지 않는 것처럼 발렌타인도 특별한 날은 아니다. 어차피 여자가 준다는 그런 일반적인 생각의 기념일이긴 한데 나는 이미 수제로 만들어서 카츄사와 남산이에게 전해줬다. 카츄사는 초콜릿을 안좋아해서 내팽개쳤다. ㅗ

따스했다. 커피의 온도가 적절했다. 그리 춥진 않았지만 몸을 녹여줬다.
이건 피로? 긴장? 마음의 불편함에 늘어지는 내 몸을 추스러줬다.
옅은 바디감의 약간의 텁텁함이 느껴졌다. 하지만 청량감은 좋다.
웨스턴돔B점은 따스한 햇살이 잘들어오는 그런 풍경?이 훌륭한 곳이었다.
이상하게도 여기는 창가자리도 밖 사람들에게 관찰당한다는 느낌이 없다. 측면이라 지나가는 유동인구가 그리 많지 않은 것 또한 이유가 될 것이다.
편안하다. 넓진 않지만 인테리어 덕에 득본 케이스, 그래도 편안하다. 마음이. 단아함이 느껴지는 그런 오묘한 매장.
다만 화장실이 매장내에 없는 것 흠이고 흠. 빼면 다 좋은 편. 평화롭다. 애매한 시간이라 그런가, (오후 5~6시반)

화정점에서 일하던 파트너가 여기서 보인다. 초등학교 동창이었던 그 파트너. 주문시 서로를 알아보고 간단한 인사. 안부보단 인사만.
그녀는 직원, 나는 손님이니까. 난 내 다이어리질과 커피, 책에 빠져 있다가 급히 나왔다. (심심할거 같아서 레돈도도 사왔는데 ㅡㅡ 젠장...)
어머니의 급한 호출을 받고 달려나갔다. 아니 그냥 걸어나갔다. 내가 뛴다고 버스도 뛰진 않으니.
그리고 난 그 호출로 인해 매우 열받아있는 상태. 급박한 호출에 순대국 한그릇만 먹고 돌아왔다.
사연은 참... ㅡㅡ 내가 화를 잘 내는 성격이 아닌데 정말 다 부셔버리고 싶다. 내 책상 옆에 야구방망이만 있었어도 옆 책상은 이미 반토막에 종기쪼가리처럼 박살났을 것이다.
휴가로 시작했지만 집 도착하자마자 내 일이 아닌 일로 호출 당해 복귀하는 군인의 마음일 듯 싶다. 더러운 기분. 아무리 어머니라도 이건 아니다.
으휴 한숨만. 이혼소송중 무언가 떄려부시고 싶을정도로 스트레스 받은 적도, 그리 폭력적인 나도 아니었는데 오늘은 정말 다 떄려부수고 싶은 정도로 내안에 잠재된 폭력성이 보였다. 조심해야겠다. 나도 모르는 내 폭력성이....
공원산책(휴가) - 스벅으로 시작해 잠재된 폭력성의 위험함으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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