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안에서 글글

-
"오빠 자리 없으면 어떡하지?"
"있을거야 오빠만 믿어!"

많은 사람들이 타지만 줄은 서있지 않은 번잡스런 정류장.
 자신의 여자를 붙잡고 그 좁은 사람 사이를 남자는 밀치고 가장 빨리 탑승한다.

"휴, 이렇게나마 옆에 앉을 수 있어서 다행이야 자기"
"그래두 같이 앉고 싶었는데..."
"그러게.. 출근시간 조금 지나도 이렇게 사람 많을 줄은 몰랐네"

불편한 자리나마 서로를 챙긴다.
임신 초기인 자신의 아내의 팔뚝을 주물러주며 작은 위로를 건낸다.

"오빠.. 나 속이 조금 안좋아"


같이 앉진 않았지만 그의 손길은 그녀의 등에 자연스레 위치한다.
마치 고양이가 똬리를 틀고 자리를 잡듯이.
그리고 자신의 아내의 등을 쓰다듬어 준다.


백발의 코트노인은 그들을 뒤로 한채
두손으로 손잡이에 의지하고
묵묵히 40분 가량의 시간을 도로 위 버스 안에서 그들은, 우리 모두는 자리를 지킨다.
-


임신을 했는지 안했는지 맨 뒷자리에 편히 앉아 이어폰을 꽂고 편히 휴식을 취하며 바라만 봤던 나는
그들의 사정을 모른다. 자신의 여성을 사랑한다면, 자신의 젠틀한 도덕성을 과시하며
그 자리에서 일어나 백발의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했어야 한다.
기억에서 잊혀질 가벼운 일이지만 그것은 현명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나라면 그랬을 것이다.
저들이 밤새 섹스를 즐겨 서로의 허리, 다리 아니 온몸에 힘이 없어 자리에 앉은거라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그건 그들의 사정이고 저 상황은 초등 도덕 책에 나올 법한 기본적인 상황이다.

또,
하지만 나 또한 할말은 없다.
맨 뒷자리에서 여유로히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으니까.
나는 백발의 노인 또한 바라만 봤다.
정면만 응시하는 그 쓸쓸한 뒷모습을,
그리고 눈을 감았다.


내 바로 앞에 있는게 아니라고 자리를 양보하지 않음은
문화와 윤리의 큰 오점이다.
나 또한 고개를 숙인다.

자자가 부릅니다 '버스 안에서'

덧글

  • Blueman 2014/03/06 07:30 # 답글

    짧은 이야기네요. 어르신이나 몸이 불편한 분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미덕이 있어 좋다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 벅벅 2014/03/06 13:52 #

    근데 그게 잘 안되는 요즘이고 비겁한 요즘이죠.. ;p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