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수건 글글


1.
대학시절,
MT 전 날이었다.
열명의 남자들이 득실거리는 나의 동아리
마블러스, 마술동아리였다.
어린이날엔 광장에서 어린 아이들에게
스테이지 마술을 선보이기도 했고
부스를 치고 클로즈업 마술 행사를 하기도 했다.
물론 소정의 운영금을 받으며 한 것이었지만
마술 도구나 인력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그래도 우린 학교와 그 이외 행사에서 활동을 했다.
여자라곤 회장 1명인 우리 동아리

첫번째 남자 10명
계곡으로 MT를 가고 어떤 이들보다 재밌게놀았다.
2학기의 MT,
OB 선배(여자)들을 끼고 여자 셋 남자 여서일곱 정도인 2차 MT가 잡혔다.
아주 즐겁게 놀았고 너무 즐겁게 놀아서 저녁 고기 구워먹을 때
소주를 세병 먹고 자버렸다.
메인인 술게임에 참여하지 못하고 잠들었었다, 젠장

정말 즐거웠던 MT,
하지만 그 MT엔 숨겨진 공로, 내가 MT를 갈 수 있게 해준
대학 기숙사 룸메
엠티 바로 전 날 심한 감기에 갑자기 걸려 끙끙 앓아누웠다.
2인실을 쓰던 그 룸메친구와 난 아주 연이 깊다.
대학은 집에서 멀었지만 동창뻘 되는 녀석을 첫 룸메, 같은과로
만나게 되었다.

어쨌든 그 친구는 밤새 게임을 하며
용광로인 내 이마 위 물수건을 갈아줬다.
친구가 잠을 안잔 우선순위는 게임이었지만
내게 밤새 물수건을 선사해준 친구
덕분에 거짓말 처럼 깨끗히 나아 일어날 수 있었고 엠티에서 잊지못할 추억을 만들었다.

물수건은 차갑다.
그 차가운 물수건은 정성이 담긴 따스함,
나는 아직도 그 물수건을 잊지 못한다.
그 친구와는 역시 집이 근처인지라
종종 보곤한다.
내년에 패션공부로 유럽으로 떠나게 될 친구,
자주 보진 않지만 막상 근처에서 사라진다면 그리워질 것 같다.


2.
훈련소 때였다.
훈련소 소대장은 아주 엄격했다.
누구나 자신의 군생활이 가장 쉬웠다고 했지만
당시 각 중대 소대 동기들끼리 비교했을 때
다른 중대 녀석들은 캠핑온 기분이라고 했던게 기억이 난다. 시팔놈들....(당시엔 부러웠다)
어쨌든 이렇게 굴리는 교관들은 또 없을거라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덕분에 이후 자대에서 많은 표창과 매달 특별외박,
그래서인지 군인치고 여자친구를 너무 자주만나 헤어진걸까 하하.ㅎㅎ.ㅎ......

어쩄든 훈련소에서 훈련 중 잠깐 대기 시간에 소대장님의 조교관 교육을 받던 얘기를 해줬다.
당시 소대장에게 우린 항상 매우 당해서 엄청난 집중으로 들었다.
때는 소대장이 교육의 마지막 행군을 앞둔 때라 했다.
그 행군이 아마 며칠 무박 행군? 엄청난 행군이었는데 몇km인지 기억이 안난다.
전 날 어떤 전우 교관 교육생이 심한 고열로 몸살을 앓았다고 했다.
그 행군을 이수하지 못한다면 그간 했던 교육에서 떨어지는거나 마찬가지였다고 했고
모든 전우들이 밤새 돌아가면서 물수건을 해준 덕분에 거짓말처럼 익일 아침 다 나았다는 경험담으로
우리의 전우애를 더욱 고양시켰다.
그것이 실화였는지 그냥 항상 하는 립서비스인지(군복무를 위한) 중요하진 않았다.
나름 감동도 받고 병사들의 귀감이 되었고 우린 더욱 전우애를 다져갔다.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 될 줄 상상도 못한 채...

훈련소 마지막 주말, 마지막 행군을 앞둔 일요일
종교행사를 다녀오는 길 몸이 이상하다는걸 느꼈다.
당시 무엇이 유행했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매일 점호 전 온도체크를 했다.
몸에 이상을 느낀 나를 알아 챈 교관이 나를 먼저 체킹했다.
39도가 넘었었다.
저녁 점호 열외에 바로 누워서 회복을 시작했다.
끙끙 앓았지만 훈련 과정 중이었기에 어떠한 엄살도 피울 수 없었다.
모두들 지난 번 소대장님이 해준 말을 기억했던건지 조교들의 지시였는지
밤새 불침번을 서는 모든 동기들의 손 때가 탄 물수건을 이마에 취할 수 있었다.
나 또한 거짓말처럼 아침 정상 온도를 되찾고 나의 몸도 한결 가벼워진걸 느꼈다.
무사히 마지막 행군을 마치고 전투경찰로 몸 건강히 21개월 복무를 마쳤다.



1, 2.
그때의 물수건의 무게, 따스함을 잊을 수 없다.
혼자 일 때, 가장 힘든 것은 아픈 몸을 스스로 간호해야 한다는 것,
나는 잊지 못할 물수건을 선물받았다.
나 또한 누군가에게 잊지못할 선물을 주고싶다.
그 누군가에게 꽃이 되고싶다.
영원한 조화, 향기는 나지 않지만 향수는 충분하다.
올리브영에서도 향수를 많이 파는데
최근에 오픈한 인계동 올리브영 많이 이용해주세요^^

역시 글은 이렇게 끝나야 제 맛


갑자기 훈련소 생각이 나서 쓰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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