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결심 남남


마음이 많이 아플 때
꼭 하루씩만 살기로 했다

몸이 많이 아플 때
꼭 한순간씩만 살기로 했다

고마운 것만 기억하고
사랑한 일만 떠올리며

어떤 경우에도
남의 탓을 안 하기로 했다

고요히 나 자신만
들여다보기로 했다

내게 주어진 하루만이
전 생애라고 생각하니

저만치서 행복이
웃으며 걸어왔다


-이해인 [어떤 결심]



내 어린 고등학생 시절
내신보단 내가 하고싶은 공부를 했다
0교시가 없는 우리학교, 8:10분까지 등교지만
나는 항상 7시에 학교에 갔다.
나 대신 수능 공부하는 친구들을 위한
하루하루 명언을 칠판 한귀퉁이에 쓰곤
7시부터 하는 EBS 영어회화 라디오를 들으며
취미로 영어회화 공부를 하고

7:40
영어회화 라디오 프로그램 두개를 듣고 마칠 때면
친구들이 서서히 등교했다
그리고 나는 오는 길 버스정류장에서 들고 온
무료 신문 메트로 같은 것들을 읽으며
자신에 대한 견문을 넓혀보려 노력했었다.

어느 날
신문 한 귀퉁이에 나의 인생을 바꾼 시가 있었다.
그 시가 바로 이해인 시인의 [어떤 결심]
그 뒤로 항상 하루만 살기로 했지만
언젠가 잊혀졌겠지, 어쨌든 그 신문의 그 부분을 스크랩해
지갑에 항상 지니고 다니며 가끔씩 꺼내봤다.
스물세살 때 술먹고 가방을 잃어버리기 전까지, 통채로 다 잃어버렸지..흑흑

이 시만 좋아하지
개인적으로 이해인 수녀님을 선호하는 편은 아니다
다른 시는 읽어봤는데 별로라서 그냥 한권도 사지 않았다.
그때 스크랩한 신문 한 귀퉁이의 쪼가리가
아직도 내게 남아있다면
나는 다르게 살아가고 있을지 모르겠다.


어쨌든
어제는 아미레를 산지 하루만에 액정이....
오늘은 까르띠에 지갑을 잃어버렸다.
오늘.. 오늘 하루만 살자.
옛날부터 생각했던 벼룩, 기부를 열심히 실천해야겠다.
어차피 내게 돌아올 지갑은 아니지만
하고싶었던건 해야겠다.

가장 처음에 할 나눔 예정은 빈폴 가죽가방,
누군가는 쓸, 나에겐 구져보이는 가방.

잡글이 되어버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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