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늦은 벚꽃엔딩 감정



벚꽃이 만개했다
봄바람에 따사로운 햇살
하지만 내 마음은 떨어진 벚꽃잎처럼 처량하게 짙은 색


아르바이트 출근길, 한없이 불어재끼는 봄바람에 흩날리는 벚꽃
무심결에 떨어지는 벚꽃 잎을 한 손에 움켜 쥐었다.
'봄이구나'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지만 출근 중이었다는 생각에 이상이 아닌 현실의 발걸음을 재촉한다.

가는 길 곳곳에 만개한 벚꽃들, 그리고 떨어져 밟혀지는 벚꽃잎들과 같은 짙은 색의 일상
그리고 그런 칙칙한 색의 커피를 만드는 아르바이트
시작한지 얼마 안되어 자신있게 만들 수 있는건 단연 가장 간단한 아메리카노 정도, 주 업무는 청소등의 잡무
친구들에게 농담삼아 자신있게 바리스타라고 말하고는 다니지만 그럼에도 내가 즐겨마시는 커피는 믹스티백



아르바이트를 시작한지도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긴 하지만 같은 파트타임인 연하의 같은 알바생을 좋아하게 됐다.
그래서 이번주가 마지막인 벚꽃놀이에 같이 가고싶다.
그렇게 꼭 말하고싶지만서도 남중·남고·공대·군대 테크, 게다가 전역한지 얼마 되지 않아 여자란 존재가 어렵다.
그렇다할 썸조차 타본적이 없는 모태솔로라 '조금은'이 아니라 정말이지 많이 어렵다.

그렇게 주중의 시간은 흘러 마지막 기회인 금요일이 다가왔다.
괜시리 금요일에 '오늘은 꼭 용기내서 말해야지' 라고 생각하니 출근길 발걸음은 오묘했다.
손과 발이 같이 나가는듯한 부자연스러움, 어려워하는 생각이 그대로 겉으로 표현되는 스스로가 쑥맥처럼 느껴졌다.

일하는 동안 괜시리 벚꽃에 관한 말을 많이 꺼낸 것 같다. 행여나 속마음이 들키진 않을까 두근두근 걱정됐지만
내심 조금은 들켜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먼저 벚꽃놀이를 권유 할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하지만 퇴근시간까지 나는 직접적으로 '같이 갈래?'라는 두어절 네음절의 한마디를 건내지 못했다.
그렇게 끝나는 줄 알았지만 약속이 있다며 내 귀가길 버스정류장까지 같이 걷게 되었다.
하지만 역시나 천성은 어디론가 도망치질 않는듯 아무 말도 꺼내지 못한채 버스정류장에 3분이 3초인양 도착했다. 

바람은 꽤나 불어제쳤다.
문득 한없이 흩날리는 벚꽃잎들을 맞으며 출근한 날이 떠올랐다.
불어제끼는 바람이 일순간 산들산들한 바람으로 느껴지고 흩날리는 벚꽃잎들,
흩날리는 벚꽃 잎들 사이로 보이는 그녀

"이쁘네"

나지막히, 무심결에 내 입에서 튀어나온 말을 그녀가 들었을까, 군대에서 완전군장에 속보할 때보다 더 심장이 뛰어댔다.
"네?"
"아.. 벚꽃들이 이쁘네.."
전하지 못한 뜻이 아쉽기도 했지만 다행이라 생각할만큼 소심한 천성, 그렇게 이어 얼버무렸다.
정류장에서 버스가 멀어지듯이 나에게서도 그녀도 떠나갔다.


가슴이 아려왔다. 항상 이런식이구나, 난 늘 이렇지..
초라한 이 모습으로 그냥 집으로 들어가는건 더더욱 꼴볼견이란 생각에
'홀로라도 올해의 마지막 벚꽃을 즐기리라', 그렇게 생각하고 한강 둔치로 가 편의점에서 캔맥주를 샀다.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해도 홀로 한강에서 한강을 바라보며 캔맥주를 까먹는 모습은 딱히 즐거운 모양새는 아니었다.

역시 한 캔은 모자랐고 집으로 돌아갈까, 생각을 하던 찰나 온김에 조금 더 마셔도 괜찮겠지.. 라고 오늘을 위안하며 한 캔 더
그래도 누가 보면 일행이 있는 것처럼 보이겠지.. 아니 신경도 쓰지 않으려나, 저마다의 추억을 만드느라
그렇게 생각하니 맥주 한 캔의 취기에 펴졌던 어깨가 다시 움츠려졌다. 터덜터덜 편의점으로,


편의점에서의 맥주 한 캔을 들고 홀로 나온다.
그녀가,
그렇게 눈이 마주치고 온 몸이 굳어 부동자세가 되어버렸다.
취할래야 취할 수 없는 맥주 한 캔의 취기로 일생일대의, 누군가에겐 정말 별거 아닌 한마디를 용기내어 건내본다.

떨어진 벚꽃잎 같이 짙은 이 계절이, 만개하는 벚꽃잎처럼 화사해지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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