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을 수 없는 풍경 글글


일어나서 아침을 간단히 먹었다.

집 앞에서 담배를 한대 태웠다.
여자친구에게 피지 않겠다고 얘길 했지만 금연은 한달
추석에 좋지 않은 일로 너무 속상해서 담배를 태우게 됐는데
핑계를 대자면 복용하는 약과 궁합이 너무 잘 맞아 종종 태우고 있다.

나는 눈이 좋지 않다.
영화관을 즐겨가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좋아하지 않는다.
그 큰스크린 앞에 내 눈을 혹사시키는걸 즐길 sm기질이 내겐 없기 때문
그로인해 안경을 종종 낀다. 안경을 오래 쓰는건 불편하지만 또 쓰지 않는건 나름대로 눈이 쉽게 피로해지고 어지럽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도수 없는 안경을 쓰는 이유를 설명해도 이해하려하지 않는다.
보정용 안경 렌즈임에도 도수가 없는 안경은 그저 패션안경으로 밖에 보이질 않으니까

나에겐 나만이 이해할 수 있는것이 있고 남들의 편견 또한 색안경으로 밖에 볼 수 없는 것이 있다.
그래서 내겐 약간의 담배와 안경은 필수불가결하다, 헌데 이해해 주는 사람, 내 속마음, 진실을 알아주는 이는 없다.

내가 담배를 피는 이유와 약을 먹는 이유 그리고 안경을 간간히 쓰는 이유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나 뿐이니까



어쨌든 그렇게 집 앞에서 멍하니 담배를 태우며 짙게 물든 단풍진 나무를 바라보고 있는데 갑작스레 강한 바람이 나를 덮쳤다.
그렇게 아직 남은 은행들과 나뭇잎들이 우수수 휘날리는데 '피해야겠다'라는 생각에 이어 바로 든 생각은
'이 나름대로 이쁜 풍경이구나'
하는 마음에 급하게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 사진을 마구잡이로 찍기 시작했다. 건질만한게 있으려나 모르겠지만 그래도 찍었다.
그 순간을 찍고 싶었으니까, 살짝 내리는 비에 나부끼는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들과 떨어지는 은행들

찍고나서 사진을 확인 하진 않았지만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내 눈으로 본 풍경을 카메라 속에 담을 수 없었다는 것을, 내가 눈으로 본 풍경은 내 감정이입과 보이는 풍경을 내 안에서 결합 시킨 이미지이기 떄문에,

눈으로 보고 있어도, 카메라가 있어도 담을 수 없는 풍경이 있다.
그것은 마치 선선한 바람에도 물결치는 한강의 물살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 같이 쉽게 담지 못하는 느낌
사진을 잘 찍고 싶지만 그 이미지를 남기고 싶은 그런 역량을 갖추고 싶지만 사진에 대한 꿈은 없다. 그저 그 때 느낌의 충실할 뿐

그렇게 흩날리며 나를 스쳐지나가는 단풍낙엽들에도 나는 내 눈에 담긴 이미지를 담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담을 수 없는 풍경이, 사진으로 남길 수 없는 풍경을 좋아한다.
분명 나는 봤기 때문에, 분명 나는 그 담을 수 없는 풍경 속에 녹아있었으니까


덧글

  • 2015/11/13 12:54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5/11/13 13:27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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